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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과 퇴직, 그 후…어르신들은 ‘요리’ ‘정리수납’ 배우며 홀로서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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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42회 작성일 24-07-0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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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가 죽었는데, 주머니에 밥 사 먹을 돈이 있으면 뭐 하겠어.
최근성씨(75)는 사회복지사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10년 전쯤 급성 심근경색으로 아내를 잃은 허탈감에서다. 세상을 뜰 당시 아내는 예순셋이었다. 장성해 독립한 자식들이 홀로 된 아버지를 챙기겠다며 집을 자주 찾지만 최씨는 아내가 그리웠다.
최씨에게는 같은 처지의 동갑내기 초등학교 동창이 있다. 김학균씨는 7년 전 유방암으로, 전석완씨는 16년 전 폐렴으로 아내를 잃었다. 최씨는 수원 서호노인복지관 앞에서 ‘남성 홀몸 어르신’을 위한 자립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처음 봤을 때 이 친구들을 떠올렸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운영하는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는 홀로 사는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일상 생활 자립과 사회성 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27일 서호노인복지관에 설치된 센터에서 프로그램 참가자 최·김·전씨를 만났다.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요리교실’ ‘정리수납교실’에 참가 중인 이들은 이날만을 기다린다고 입을 모았다.
세 사람은 이날 요리교실에서 ‘버섯고기복음’과 ‘오이소박이’를 만들었다.
오이를 1㎝ 남기고 십자로 자르실 거예요! 손 다치실 것 같으면, 그냥 다 자르셔도 돼요!
요리사 선생님의 손짓을 유심히 보던 최씨가 느리지만 정확하게 오이에 칼집을 냈다. 김씨가 망설임 없이 오이를 세로로 잘라내자, 최씨는 십자로 해야 한다니까라며 고개를 저었다. 제 몫의 야채를 다듬던 전씨는 두 친구의 실랑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주 좋아!라고 외쳤다.
오이, 부추, 양파, 대파···. 채소를 다듬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올 초부터 요리법을 배우기 전엔 부엌칼을 제대로 잡아본 적 없는 손들이었다. 조리라고 해봐야 누룽지밥이나 라면 끓이는 게 전부였다. 한참 칼질을 하던 최씨가 예전에 집사람이 얼마나 고생했나, 그 생각이 든다고 읊조렸다. 김씨도 생전 안 하던 걸 해보니까 그 고마움을 알겠더라고 했다.
완성된 요리는 반찬통에 담아 갈 수 있기에 참여자들은 더욱 정성을 들였다. 김씨는 이 반찬으로 일주일을 거뜬히 살고, 친구에게도 내 손맛을 보라고 나눠준다고 했다. 수업에서 배운 레시피를 집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2005년에 아내와 사별한 홍승만씨(78)는 그 전엔 반찬가게에서 사 인스타그램 팔로워 구매 먹을 줄 밖에 몰랐다라며 집에서 닭볶음탕, 된장찌개, 열무김치, 가지나물을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요리교실 다음엔 정리수납교실이 이어졌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양말·셔츠·바지를 종류별로 개키고 옷걸이에 걸어보는 실습을 했다. 매주 깔끔히 정리된 집안 사진을 찍어 강사에게 검사도 받는다. 어르신들은 각자의 옷장 사진을 돌려 보며 자랑했다. 최씨는 정리법을 배우기 전과 후가 다르다. 요즘 우리 집을 보면 너무 깨끗해서 자식들이 놀란다며 웃었다.
이한별 사회복지사는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다 정년퇴직을 하고 아내와 사별한 어르신들이 느끼는 삶의 공허함이 크다며 특히 요리나 정리수납은 수업 자체로 성취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고 스스로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도 되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수업을 마친 세 친구는 수업에서 만든 음식이 담긴 반찬통을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집에서 혼자 있을 땐 아무리 좋은 게 있어도 좋은 줄을 몰랐는데 이렇게 나와서 친구를 만나고 하니 하루가 순식간에 간다고 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생명숲 100세 힐링센터는 경기, 충북, 대전, 전북, 광주, 대구, 부산, 강원, 전남에 있는 노인복지관 등에서 총 14곳이 운영되고 있다. 2018년부터 총 4577명이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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