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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챗봇이 뭔데?” “나 이제 은행 안 가”…잠실본동 시니어 금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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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35회 작성일 24-07-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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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끗희끗한 머리의 노인이 돋보기 안경을 위아래로 옮겨가며 스마트폰을 바라본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아무리 움직여봐도 필요한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 듯했다. 곤란한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길 잠시, 드디어 원하는 메뉴를 찾아 ‘클릭’한 뒤 그가 말했다. 이거 쉽네.
지난 2일 송파구 잠실본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시니어 금융교육’ 현장 모습이다. 시니어 금융교육은 송파구 동단위 특화사업 중 하나로, 지난해 스마트폰 기초 활용에 이어 잠실본동 주민자치위원회가 기획했다.
이날 강의는 모바일 뱅킹으로 현금 출금하기, 공과금과 세금 납부하기, 환전하기 등이 주제였다. 지난 시간에는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모바일 뱅킹을 알아보는 연습을 했다. 강사가 복습하겠다며 스마트폰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인증하기’를 눌러보라고 했다.
인증하기를 찾지 못한 한 수강생이 보조강사를 찾았다. 보조강사가 화면을 가리키며 이거 누르세요.라고 하자 큰일 나, (아무거나 누르면 피싱) 전화 온다는데라는 말이 돌아왔다. 농담 섞인 대답이었지만, 대부분의 노인이 범죄에 노출될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스마트폰을 쉽게 쓰지 못한다.
은행 앱을 내려받고 인스타 팔로워 구매 가입하는데 꽤 고생했다는 조근기씨(75)는 자꾸 하다 보면 눌러도 되는 버튼을 알게 된다. 전엔 겁이 나서 스마트폰 화면을 제대로 누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이용 시 등장하는 낯선 단어도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이날 수업에 등장한 ‘챗봇’이란 단어를 들어봤냐고 조씨에게 물었다. 조씨가 한 번인가 들어봤지. 근데 챗봇이 뭐 하는 건데?라고 되물었다.
시간 많은 노인이 왜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우지 않냐는 시선도 있다. 그런데 노인들은 생각보다 시간이 없다.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해 여전히 일하거나, 육아로 바쁘다.
송정숙씨(68)는 지난해 이 수업을 신청하려 했지만 손주 셋을 돌보느라 못했다. 딸이 멀리 이사 가고, 올해 육아에서 벗어나며 기회가 왔다. 그간 송씨는 공과금 수납이나 자잘한 은행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집 앞 농협에 갔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은행 지점이 없어지거나 통폐합되는 일이 잦아지면서다.
송씨는 쉬는 시간에도 옆 수강생과 앱을 켜고 공과금 이체를 연습했다. 통장이 필요한 것이냐며 지갑을 꺼내려는 송씨를 옆 수강생이 타박한 뒤 이거 필요 없다고, 여기 다 나와 있어라고 했다. 옆사람 도움으로 이체에 성공한 송씨는 웃으며 이제 은행 안 가라고 말했다.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모바일 쇼핑을 하는 등 온라인 활동에 친숙한 이들도 많다. 지난해 교육에도 참여했다는 이송남씨(67)는 내가 벌써 테무에서 51번째 물건을 샀다고 자랑했다. 임대업을 한다는 그는 세입자들과 금전 거래할 일이 많아서 모바일 뱅킹을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니어 금융교육은 55세 이상 잠실본동 주민을 대상으로 한다. 올해엔 정원 25명 선착순 모집에 33명이 신청했다. 대기자가 많아 3회 이상 결석하는 이들은 수강생 자격이 박탈되고 대기자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지난달 첫 강의를 시작해 매주 화요일 오전 10~12시, 총 9주 동안 교육이 이뤄진다. 첫 강의 날에는 송파 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기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50명이 넘게 참여했다. 당시 보이스피싱을 당했던 수강생들이 따로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금조 잠실본동주민자치위원장은 이런 사업을 통해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자신감을 가지면 좋겠다며 올해 마지막 수업 땐 새마을금고에 가서 ATM 기기를 사용해 보는 실습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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