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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과 저쪽의 자랑”···41년차 정은애 소방관의 특별한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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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24회 작성일 24-07-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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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정복을 입은 정은애씨(60)가 지난달 30일 서울 이태원 레즈비언바 ‘레스보스’에 들어서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984년 5월 ‘여성 소방관 1기’로 입직한 정씨는 이날로 40년 1개월의 소방공무원 생활을 마쳤다. 그는 전북소방청 최초 여성 지휘팀장이자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방노조 초대 위원장을 역임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퇴임 파티에선 이름도, 직함도 아닌 나비님으로 불렸다.
나비님! 퇴임 축하드려요!. 호접지몽(나비의 꿈·인생무상을 뜻하는 고사)에서 따온 ‘나비’는 정씨의 또다른 이름이다.
정씨는 트랜스젠더 아들인 한결씨(30)의 엄마이기도 하다. 2017년 4월 한결씨와 함께 인스타 팔로워 성소수자부모모임에 처음 참석했다가, 레즈비언인 줄로만 알았던 한결씨로부터 ‘FTM 트랜스젠더(여성에서 남성으로 정체화한 트랜스 남성)’라는 말을 들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의 ‘나비’는 그렇게 활동을 시작했다. 한결씨가 수술 및 법적 성별 정정을 받는 과정을 정씨는 인스타 팔로워 함께했다.
이날 ‘나비의 40년 1개월 근속 및 퇴임 축하 파티’는 성별 정정의 여정이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의 변규리 감독과 정씨와 한결씨가 출연한 연극 <드랙 바이 남장신사>의 문상훈 기획자 등이 주관했다. 스스로 기껍고 뿌듯하면 됐다는 생각에 퇴임식은 됐고, 동료들과 밥 먹으면서 끝내려 했다던 정씨는 이들의 정성에 주인공으로 나섰다.
퀴어 당사자와 부모·소방관·친구 등 40여명이 가게를 가득 채웠다. 18살 반려견 신통이도 함께했다. ‘나비’를 아는 이와 ‘정은애 소방관’을 아는 이가 뒤섞이며 이쪽과 저쪽 모두의 자랑이란 말이 나왔다.
퀴어 당사자와 앨라이(성소수자와 연대하는 사람)들은 그를 모두의 어머니라고 불렀다. 그는 퀴어 축제에서 따스하게 프리허그 해주던 품, 언제 전화를 걸어도 무슨 일이냐며 걱정해주는 목소리, 커밍아웃 상담을 청할 수 있는 조언자로 기억돼 있었다. 7년간 그를 알고 지낸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지인(55·활동명)은 유연함과 굳건함이 조화로운 나무 같은 나비님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소방관 후배들도 선배의 퇴직을 응원했다. 양승환 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전남소방지부 사무국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에게 평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하자’는 1인 시위 때 처음 뵀었다며 퇴직 이후에도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주실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고진영 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은 정 센터장님은 제 영원한 동지라고 했다.
아들 한결씨는 정씨가 ‘학교가 끝나고 전화하면 대체로 전화를 못 받던 엄마’였다고 했다. 그런 날이면 ‘오늘 불이 났구나’ ‘못 들어올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 순간 내가 내 자신을 잘 지키고 있으면 엄마가 다른 사람을 지키겠구나 하고 믿어왔다. 사랑한다며 존경을 표했다.
한결씨는 축하의 춤을 선보였다. 바라보던 정씨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맺혔다.
만 20세에 임용된 정씨는 전북 군산소방서의 유일한 여성 소방관으로 일을 시작했다. 소방은 공무원 조직 중 여전히 여성 비율이 가장 낮다. 올해 채용된 여성 소방관 비율은 17.4%였다. 이보다 여성 비율이 낮았던 때엔 편견 어린 시선과 성희롱 등 어려움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정씨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문제와 함께 고 강연희 소방경의 순직 등 동료들의 죽음에 목소리를 내왔다. 40년 동안 그는 무참히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것만으로 큰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성소수자 친화적’이고 ‘소방관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이해하는 상담사 및 인권교육가가 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했다. 군산에 작은 상담실도 마련했다. 이름은 ‘레인보우 상담코칭’으로 지을 생각이다.
제2의 삶을 응원하는 이들 앞에 선 정씨는 오늘로써 40년의 시간을 마친다며 앞으로 소방관이 아닌 정은애씨, 나비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청중들은 환호와 함께 축하 케이크로 화답했다. 케이크 장식에는 ‘나아가려는 용기, 나비의 꿈을 응원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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