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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의 공존’ 싹 틔우는 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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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20회 작성일 24-07-0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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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는 예술공간 ‘팩토리2(factory2)’에서 지난 6월 19일부터 열리고 있는 무료 전시 ‘나란 나란 읽는 시대’는, 말하자면 ‘다양성 책방’을 표방한다. 어떤 책을 알리고 팔기 위한 책방이 아닌 책 읽는 행위 자체를, 그 주변에서 번지는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것에 의미를 뒀다. 시각예술, 사진, 출판, 건축, 교육, 공연 등 문화예술 분야 작가, 활동가 20명이 ‘다양성’이라는 주제로 꼽은 책 20권을 ‘전시’했다.
20권의 책이 천장에서 내려온, 회색 천으로 만든 간이 책꽂이에 꽂혀 있다. 손을 넣어 꺼내 들어야만 책 인스타 좋아요 늘리기 표지를 볼 수 있다. 김다은 팩토리2 기획자는 혐오와 차별, 무관심과 적대감은 강렬하고 쉽게 가시화되지만 사랑과 희망, 환대와 연대는 연약하고 여전히 부족한 사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며 결코 쉽게 얻을 수 없고, 시간과 품을 들여야 자리 잡을 수 있는 이러한 가치와 태도가 전시가 끝나더라도 지속해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하는 여러 권의 책을 놓았다고 했다.
오로민경 다원예술 작가는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2021)를 통해 과거와 현재, 학살과 난민의 서사를 읽고 그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기억하는 일을 이야기하자고 제안한다. 강소영 출판편집자는 김영옥의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2023) 책에 담긴 요양보호사·반빈곤운동 활동가 등의 말을 빌려 ‘늙어감’에 관한 다른 생각을 전달한다. 어린이들의 놀이 공간을 연구하는 ‘플레이 워커’ 오은비 팝업플레이서울 대표는 박새한의 <아빠풍선>(2022)이란 책을 통해 어린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할 수 있게 하는, ‘허용’하는 태도에 관해 질문한다.
읽기뿐만 아니라 듣기, 말하기의 경험도 할 수 있다. 황예지 사진작가의 연작 ‘거기 있는 이들’(2022)이 전시공간 벽면을 채운다. 관계와 투쟁, 애도의 순간들이 펼쳐진다. 전시장 전체에 김다움 시각예술 작가가 다양한 울림을 중첩해 만든 전자음이 흘러나오고, 전시장 한쪽엔 책 20권에서 뽑아낸 말소리로 구성한 소리를 홀로 듣는 공간도 있다. 전시기간 팩토리2에서 11번의 오프라인 모임이 열린다.
지난 6월 20일 첫 모임. 작가이자 교육자인 최태윤 작가가 ‘상호의존’이라는 주제로 관람객들과 만났다. 최 작가는 앞서 ‘불확실한 학교’(2016) 전시 등에서 장애인 예술가들과 자주 협업하며 미디어 아트 및 드로잉 작업을 펼쳐왔다. 최 작가가 추천한 책은 영화감독 애스트라 테일러의 <불온한 산책자>(2012)다. 그는 책에서 화가이며 휠체어 이용자인 수나우라 테일러와 페미니스트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가 대화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상호의존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상성에 대한 신념을 깨뜨리자는 제안이 나오는데, 요즘 제 연구·활동의 관심사라고 했다.
최 작가는 이날 모임에서 장애인 예술가와 그 옆에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특히 장애인 예술가의 가족이 또 한 명의 예술가로서 역할을 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모임 참석자들과 최근 한국에서 ‘장애인 예술가’에 대한 사회적 주목도가 올라간 것에 대한 배경, 반면에 현실적으로 나아지지 않은 장애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한 참석자는 비장애인인 자신이 장애인 이동권 운동에 동참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로 누구도 외롭지 않았으면 해서라고 했다.
‘팩토리2’가 있는 서울 서촌 일대에는 다양한 사람이 지나다니는데 ‘뭐 하는 곳이지?’ 하며 들어왔다가 자신도 모르게 예술과 책이라는 매개체에, 그리고 그것이 향하고자 하는 다양성이라는 주제에 은은하게 다가가는 시간을 경험하길 바랍니다. 이 전시를 통해 자신의 다양성과 소수성을 인지하고, 이곳에서 얻은 자기 주변과 세상을 향한 신선한 감각이 자신의 일과 삶에서 불쑥불쑥 끼어들기를 바랍니다.(김다은 기획자)
전시는 오는 7월 7일(월요일 휴관)까지, 모임 신청은 링크( 관람비·모임 참가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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