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슈퍼화요일’…‘쓰나미 화요일’ 때와 비교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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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80회 작성일 24-03-08 12:50본문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양당 후보를 사실상 확정 지을 이번 ‘슈퍼화요일’ 경선은 미 역사상 가장 긴장감 없는 슈퍼화요일로 꼽히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결’이라고 불리는 이번 대선의 양당 1위 후보는 아이러니하게도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내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의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최종 후보 지명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쳤던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올해 선거에서는 일찍부터 사실상 결과가 정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압도적인 승리가 예견되며 대선에서 둘의 리턴매치가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실제 결과 역시 예상대로였다. 5일(현지시간) 슈퍼화요일에 바이든 대통령은 아칸소주·텍사스·메인·매사추세츠·미네소타·콜로라도 등의 지역에서 민주당 경선을 휩쓸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아칸소주·매사추세츠·메인·앨라배마·텍사스·미네소타 등에서 승리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 모두 이날 압승을 계기로 본선 경쟁 준비 돌입에 더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전의 슈퍼화요일은 달랐다. 물론 우위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본선 후보가 일찌감치 결정되진 않았다. 가장 최근 사례인 2020년 대선의 슈퍼화요일에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10개주에서 승리하면서 726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지만, 버니 샌더스 후보 역시 4개주에서 승리하며 505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후보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2016년 대선에선 더 팽팽한 슈퍼화요일 경선이 치러졌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7개주에서 승리해 486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지만, 샌더스 후보 역시 321명을 확보하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공화당에선 트럼프 후보는 11개주 중 7개주에서 승리했지만, 대의원 수는 600명 중 256명만을 확보했다. 당시 테드 크루즈 후보가 다른 3개 주에서 승리했고,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나머지 1개 주에서 승리했다. 이때 상황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에 2주 후 열린 5개 주 경선을 ‘슈퍼화요일2’로 부르기도 했다. 이 때도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승리했지만, 압승을 거두진 못했다.
2008년 민주당 슈퍼화요일 경선은 역대 가장 박진감 넘쳤던 슈퍼화요일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거의 무승부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오바마 후보가 13개주에서 승리했고, 클린턴 후보가 10개주에서 승리했지만 대의원 수는 847명대 834명으로 아주 근소한 격차가 났다. 공화당에서도 21개주 가운데 존 매케인 후보가 9개주, 밋 롬니 후보가 7개주, 마이크 허커비 후보가 5개주에서 승리했다. 또 그 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려 슈퍼화요일을 넘어 ‘쓰나미 화요일’ ‘기가 화요일’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그동안 슈퍼화요일에는 적어도 한 정당에서는 아주 열띤 경쟁이 펼쳐졌다. 지금과 비슷한 유일한 사례는 1996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밥 돌 후보가 나섰던 때다. 하지만 당시는 7개주에서만 투표가 이뤄져 지금보다 의미가 축소됐고, 돌 후보의 경쟁자인 팻 뷰캐넌 후보가 이전 주들에서 승리한 전력이 있어 100%의 승리까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독주하는 것은 달라진 공화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의 공화당은 작은 정부와 글로벌 리더십 등 전통적인 미국 보수의 가치를 지향했다면, 현재의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표방하는 블루컬러 중심의 대중영합주의, 고립주의 노선의 보다 더 호전적인 정당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동맹을 경시하고 세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트럼프의 태도는 2016년만 해도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많았지만, 현재는 트럼피즘이 공화당 주류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게다가 올해 공화당의 대의원 배분 규칙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일부 주에서는 50%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모든 대의원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다.
두 후보가 경선에서 일찍 승기를 잡으면서 오는 11월5일까지 8개월 동안 상당히 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본선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유권자들이 대선 과정을 더 길게 느낄 수 있다며 양측의 지구력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이번 대선이 두 후보에게 지구력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이들의 캠페인은 길고 지루한 싸움에서 어떻게 페이스를 조절하고 자금 모금과 지출 방식을 조정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찍부터 당내 경쟁자가 없어진 두 후보는 상대를 향해 더 거친 공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후보는 슈퍼화요일 결과가 나오자마자 서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역대 가장 높은 비호감도를 지닌 두 대선 후보가 역대 가장 싱거운 슈퍼화요일을 거쳐 역대 가장 치열한 대선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봄은 오되 기차처럼 온다. 참새 떼 훑고 가는 가시덤불로도 은근히 오고 바지 주머니에도 와서 사람들 인정 넉넉하게 데운다. 봄은 잎에 업혀서도 나온다. 대개 꽃보다 먼저 피는 잎은 가지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선 좀 보라며, 피리처럼 힘껏 불면 다투어 봄을 싣고 이 세상으로 불룩하게 나오는 것.
나뭇잎은 나무의 입에 불과한 것 같아도 그 생김새가 저마다 독특하다. 물푸레나무 잎사귀는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꿀렁꿀렁해서 어느 나라의 해변 같기도 한데 그 물가에서 자맥질하며 놀던 아이들의 파리한 입술을 닮았다. 섬마다 지천인 동백잎은 둘레마다 까끌한 톱니가 발달했는데, 손으로 한바퀴 돌리면, 어느 바깥의 모서리를 만지는 느낌이다. 어떤 운명을 점지한다는 지문과 그 물결은 절호의 궁합을 이루며 어느 결에 세상에 없던 곳으로 나를 배달해 주는 것.
연약한 잎사귀는 떡잎보다 조금 컸을 땐 짐승들의 해코지를 피할 겸 부러 못생기게도 보이고, 거치가 아주 거칠다. 짐승들의 사나운 이빨을 피해 잠깐 뾰족해지는 것이다. 그러지 못해서 안 그런 게 아니라 그럴 수 있지만 차마 그럴 수 없기에 그렇게 하지 않는 잎사귀들의 순한 마음.
높이 오를수록 두루 원만해지는 잎사귀는 궁금한 게 많아서 무슨 선반이나 창고를 얹어두기도 한다. 곤충한테 짝짓기 장소를 흔쾌히 제공하던 잎사귀를 보면서 성실을 떠올리고 그 미덕을 헤아리던 날, 하늘과 잎이 직방으로 소통하는 봄비와 맞닥뜨렸다. 공중에서 긴 발들이 내려와 잎사귀를 북 치듯 깨우고 돌아다닐 때, 문득 숲에서 올빼미처럼 거저 눈이나 껌뻑거리던 나는 이런 짧은 글로나마 그 흥분을 겨우 달래보는 것이었으니.
가끔 나는 상상한다// 남산의 나무와 서울시민을 일대일 대응시키면 어느 집합이 더 클까/ 인왕산 잎사귀들의 표면적을 몽땅 더한 것과/ 서울특별시 총면적은 어느 게 더 넓을까// 잎사귀 한 장은 프랙털 구조/ 그 길이를 곧게 펴면, 서울 성곽 둘레보다 길까/ -아, 그게 무슨 허튼소리야, 저기 달까지도 연결하고, 우주를 울타리 하고도 남을걸// 그럼, 이런 건 어떨까/ 북한산에서 가장 큰 잎사귀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해 보는 것/ -마라톤 우승자에겐 부상으로 진달래 능선의 길쭉한 돌멩이 하나 머리에 씌워주는 건 어때?
합정역, 보름달, 이방인
숲속의 피아노, 임윤찬의 피아노
입은 작은데 왜 이리 말이 많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국방 관료를 지낸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과 관련해 아시아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자체 방위력 증강에 더욱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최근 경향신문과의 화상인터뷰에서 한국은 국방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좋은 모델’이라면서도 미국에겐 북한보다 중국이 더 큰 위험이므로 (한국에) 대북 방어를 위해 핵심 군사 자산을 확장 제공할 여력이 없다며 한국이 재래식 방어 등에서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외교안보 싱크탱크 ‘마라톤 이니셔티브‘ 대표로 있는 그는 공화당의 대외노선·전략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공화당에서 국제분쟁에 대한 개입 자제를 중시하는 세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며 공화당은 점점 더 동맹을 일종의 파트너십처럼 다룰 것으로 전망했다. 북핵 위협과 관련해선 한·미 정상의 워싱턴선언 등 조 바이든 정부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가 불충분하다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한·미·일 협력에 대해선 3자 간 우선순위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인터뷰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트럼프 캠프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북한의 도발과 호전적 언사로 인한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과 한반도 중 분쟁 위험이 더 큰 곳은 어디인가.
대만과 한반도 분쟁은 연결되어 있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무력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유럽, 중동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역량을 분산·고갈시키기 위해 북한에 한반도에서 문제를 일으키도록 독려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꾸준히 한반도 현상 변경을 원해왔지만, 전반적인 조건이 뒷받침하지 않았다.
이제는 중·러가 미국을 실존적 위협으로 보면서 북·중의 이익이 보다 일치하게 됐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거리(약 100마일)는 중국과 한국 사이 거리와 비슷하다. 중국군의 역량이 한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
-북·러 군사협력 진전으로 동북아 지역 안보 환경이 바뀌고 있다.
북·러는 물론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까지 아우르는 공조가 늘고 있다. ‘악의 축’이라는 규정은 잘못된 것이지만, 미국의 패권과 이를 유지하는 동맹 체제에 반대하는 나라들 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정렬되는 것은 분명한 현상이다.
유럽 지역에서 러시아의 고립은 한반도에도 매우 해로운 영향을 끼쳤다. 북한이 러시아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5~6년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동참한 러시아는 더는 없다. 러시아의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지원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유엔 차원의 대응은 의미가 없다. 미국의 동맹국 주변에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의 동맹들은 중국과 직접 대치하지 않는 한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은 일본, 대만보다는 잘하고 있지만, 북한의 공격에 대한 재래식 방어 부담을 실질적으로 져야 한다.
중국의 위협이 북한보다 더 위험하고 강력하다. 미국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핵심 군사 자산을 확장 제공할 여력이 없다.
-트럼프 재집권 시 북·미 협상 재개 전망은.
트럼프 2기 전망에 대해선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나는 북한과의 외교를 지지하지만, 실제 외교가 작동할지 모르겠고 북한이 반칙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강요하거나 이를 위해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 도시들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이 점점 약화될 수 있다. 워싱턴 선언은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차기 미국 정부는 누가 되든 한반도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현실적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한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타격 능력을 제한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지구 반 바퀴 너머에서 벌어진 일에 미국인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보다 진전된 미사일방어(MD) 체계를 통해 대응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역량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이는 회의적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의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경우, 전쟁 승리를 위해 중국에 몇몇 도시를 내주기로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과) 다르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 간 확장억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비대칭이 존재한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는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얼마가 걸리든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가 ‘할 수 있는 만큼’이라고 말을 바꿨다. 미국이 좋은 동맹이 되고자 한다면 한국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모든 옵션을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도 옵션에 포함되나.
우리는 함께 진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관련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지 않겠다고’고 한 트럼프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유럽은 걱정하는 대신 실제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한국은 우리가 원하는 모델이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유럽 대비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의 군대와 방위 산업을 갖췄다.
모든 나라는 성인이다. 미국이 전부 다 해주던 시절의 잔치는 끝났다. 각자 할 일을 해야 한다.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가 늘고 있다는데, 유럽 자체 방위산업도 키워야 한다. 대만과 일본도 우크라이나,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레토릭을 중단하고 한국과 같이 진지하게 방위 역량을 구축하는 데 나서야 한다. 대만은 한국보다 훨씬 더 큰 위험(중국 침공 가능성)을 직면하고 있는데도 대비하지 않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군비경쟁이 가속화할 우려는.
경쟁은 이미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참여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경주하지 않고 있는 사이 중국은 평시 역대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중국은 그냥 경주(race)가 아니라 전력 질주(sprint) 중이다.
-한국에선 트럼프 재집권 시 1기 때와 같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주한미군 철수 거론 등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있다.
트럼프 캠프나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 한국으로서는 자국 안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미국에 요구할 때는 좀 더 현실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뭘 더 해달라기보다 ‘한국이 자체 국방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 부분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미국 내 특정 정치 분파에만 관심을 갖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시아는 모든 미국인에게 중요하고, 공화당은 중국을 민주당보다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해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공화당 내에선 국제분쟁 개입 자제를 중시하는 세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한국은 매우 심각한(acute)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미국 정치 내 어떤 분파도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
-미 정치권도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초당적으로 공감한다고 하는데.
동맹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바이든 정부가 생각하는 동맹은 보여주기(optics) 성격이 강하고, 규칙 기반 질서, 민주주의 연합 등을 내세운다. 그런데 미국 유권자들 가운데 이런 역할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흐름이 증가하고 있다.
공화당으로선 바이든의 레토릭처럼 동맹을 신성하게 여기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 정치에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외국인 동맹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은 점점 더 동맹을 일종의 파트너십처럼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상황은 모르지만 미국의 비즈니스 관계에선 서로 어울리고 많은 시간을 보내되 결국 각자가 맡은 일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업 관계를 재고한다. 동맹을 처음 설계한 이들도 그렇게 인식했다. 한미동맹도 이승만과 미국 정부의 관계, 또 1960~1980년대에도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미국의 유럽이나 전후 일본과의 동맹도 마찬가지였다. 애정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였다.
동맹 관계는 그와 같은 모델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은 강한 군대와 국방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위치에 있다.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격상된 한미일 협력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미일 협력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좋은 것도 아니다. 한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 중국의 잠재적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물에는 실제적인 군사 대비 태세 강화 언급은 거의 없다. 3자 협력이 우리의 힘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닌 목적 자체가 되는 것을 경계하는데, 우려스럽게도 그렇게 가고 있다. 예컨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은 준비돼 있어야 하지만, 한국에 같은 기대를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더 집중하고, 미·일은 대만에 더 집중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도 합리적일 수 있다.
또 한국 내에서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얼마나 지지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한국인들이 대일 관계에서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면 미국이 어느 한쪽 편에 서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려고 정치·외교적 자본을 쓰기보다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데 집중하고, 한국도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또한 중국이 쿼드, 오커스, 한미일 협력 등을 포위 혹은 봉쇄 강화라고 주장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의 인식이 그렇다면 중국이 충돌을 일으킬 유인이 높아진다.
-2018년 미 국방전략(NDS)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 억제를 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미국은 준비가 돼 있다고 보나.
아니다. 바이든 정부의 2022년 NDS는 공식적으로는 우리가 만든 것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 중동에 집중하고 있다. 친이란 세력 후티 반군에 대응한다면서 1년치 비축량에 해당하는 SM-6 미사일을 발사했다. 말로는 아시아가 중요하다면서 돈은 우크라이나에 쏟아붓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뮌헨안보회의에서 말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국방비 지출은 어디 있는가. 만약 중국이 미국의 준비태세 부족을 시험할 경우 아시아가 후과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재 진행형이다. 바이든 정부가 아시아로 초점을 맞추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크라이나에는 정당한 명분이 있지만,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당신이 관절염과 심장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데 치료비는 한정적이라면 사망 위험이 큰 심장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지만 미국은 독일을 더 강력한 적으로 간주하고 ‘유럽 퍼스트’ 입장을 취했다. 우크라이나를 버리자는 게 아니다. 유럽은 큰 경제 블록이고,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우크라이나 지원을) 해낼 수 있다. 트럼프의 나토 발언 이후 독일 등에서 국방비 지출 확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럼에도 당신의 책 제목(The Strategy of Denial)처럼 미국이 중국의 지역 패권 형성을 저지, 거부해야 하나.
중국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 중국은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에 이어 경제제재를 이겨낼 수 있는 체제도 만들고 있다. 자국이 포위당하고 있다는 중국의 논리대로라면 자기방어 차원에서 상대를 찌르거나 총격을 가할 수도 있다.
미국의 다른 대중 강경론자들과 달리 나는 중국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정권을 바꾸거나 망신을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 목표는 세력균형이다. 미·중이 세계의 두 강대국으로 존재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무역도 하되, 중국은 미국이나 한국 등 동맹국에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중국에 무력 사용은 너무 값비싸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그간의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최종 후보 지명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쳤던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올해 선거에서는 일찍부터 사실상 결과가 정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압도적인 승리가 예견되며 대선에서 둘의 리턴매치가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다.
실제 결과 역시 예상대로였다. 5일(현지시간) 슈퍼화요일에 바이든 대통령은 아칸소주·텍사스·메인·매사추세츠·미네소타·콜로라도 등의 지역에서 민주당 경선을 휩쓸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아칸소주·매사추세츠·메인·앨라배마·텍사스·미네소타 등에서 승리했다. 두 전·현직 대통령 모두 이날 압승을 계기로 본선 경쟁 준비 돌입에 더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전의 슈퍼화요일은 달랐다. 물론 우위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본선 후보가 일찌감치 결정되진 않았다. 가장 최근 사례인 2020년 대선의 슈퍼화요일에는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10개주에서 승리하면서 726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지만, 버니 샌더스 후보 역시 4개주에서 승리하며 505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후보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2016년 대선에선 더 팽팽한 슈퍼화요일 경선이 치러졌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7개주에서 승리해 486명의 대의원을 확보했지만, 샌더스 후보 역시 321명을 확보하며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공화당에선 트럼프 후보는 11개주 중 7개주에서 승리했지만, 대의원 수는 600명 중 256명만을 확보했다. 당시 테드 크루즈 후보가 다른 3개 주에서 승리했고,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나머지 1개 주에서 승리했다. 이때 상황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에 2주 후 열린 5개 주 경선을 ‘슈퍼화요일2’로 부르기도 했다. 이 때도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승리했지만, 압승을 거두진 못했다.
2008년 민주당 슈퍼화요일 경선은 역대 가장 박진감 넘쳤던 슈퍼화요일 중 하나로 꼽힌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거의 무승부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당시 오바마 후보가 13개주에서 승리했고, 클린턴 후보가 10개주에서 승리했지만 대의원 수는 847명대 834명으로 아주 근소한 격차가 났다. 공화당에서도 21개주 가운데 존 매케인 후보가 9개주, 밋 롬니 후보가 7개주, 마이크 허커비 후보가 5개주에서 승리했다. 또 그 해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주에서 동시에 경선이 열려 슈퍼화요일을 넘어 ‘쓰나미 화요일’ ‘기가 화요일’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처럼 그동안 슈퍼화요일에는 적어도 한 정당에서는 아주 열띤 경쟁이 펼쳐졌다. 지금과 비슷한 유일한 사례는 1996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밥 돌 후보가 나섰던 때다. 하지만 당시는 7개주에서만 투표가 이뤄져 지금보다 의미가 축소됐고, 돌 후보의 경쟁자인 팻 뷰캐넌 후보가 이전 주들에서 승리한 전력이 있어 100%의 승리까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에서 독주하는 것은 달라진 공화당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의 공화당은 작은 정부와 글로벌 리더십 등 전통적인 미국 보수의 가치를 지향했다면, 현재의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표방하는 블루컬러 중심의 대중영합주의, 고립주의 노선의 보다 더 호전적인 정당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동맹을 경시하고 세계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트럼프의 태도는 2016년만 해도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많았지만, 현재는 트럼피즘이 공화당 주류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게다가 올해 공화당의 대의원 배분 규칙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 유리한 상황이다. 일부 주에서는 50% 이상의 득표율을 얻은 후보가 모든 대의원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다.
두 후보가 경선에서 일찍 승기를 잡으면서 오는 11월5일까지 8개월 동안 상당히 긴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본선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이 때문에 외신들은 유권자들이 대선 과정을 더 길게 느낄 수 있다며 양측의 지구력 싸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이번 대선이 두 후보에게 지구력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이들의 캠페인은 길고 지루한 싸움에서 어떻게 페이스를 조절하고 자금 모금과 지출 방식을 조정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찍부터 당내 경쟁자가 없어진 두 후보는 상대를 향해 더 거친 공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후보는 슈퍼화요일 결과가 나오자마자 서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역대 가장 높은 비호감도를 지닌 두 대선 후보가 역대 가장 싱거운 슈퍼화요일을 거쳐 역대 가장 치열한 대선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봄은 오되 기차처럼 온다. 참새 떼 훑고 가는 가시덤불로도 은근히 오고 바지 주머니에도 와서 사람들 인정 넉넉하게 데운다. 봄은 잎에 업혀서도 나온다. 대개 꽃보다 먼저 피는 잎은 가지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선 좀 보라며, 피리처럼 힘껏 불면 다투어 봄을 싣고 이 세상으로 불룩하게 나오는 것.
나뭇잎은 나무의 입에 불과한 것 같아도 그 생김새가 저마다 독특하다. 물푸레나무 잎사귀는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꿀렁꿀렁해서 어느 나라의 해변 같기도 한데 그 물가에서 자맥질하며 놀던 아이들의 파리한 입술을 닮았다. 섬마다 지천인 동백잎은 둘레마다 까끌한 톱니가 발달했는데, 손으로 한바퀴 돌리면, 어느 바깥의 모서리를 만지는 느낌이다. 어떤 운명을 점지한다는 지문과 그 물결은 절호의 궁합을 이루며 어느 결에 세상에 없던 곳으로 나를 배달해 주는 것.
연약한 잎사귀는 떡잎보다 조금 컸을 땐 짐승들의 해코지를 피할 겸 부러 못생기게도 보이고, 거치가 아주 거칠다. 짐승들의 사나운 이빨을 피해 잠깐 뾰족해지는 것이다. 그러지 못해서 안 그런 게 아니라 그럴 수 있지만 차마 그럴 수 없기에 그렇게 하지 않는 잎사귀들의 순한 마음.
높이 오를수록 두루 원만해지는 잎사귀는 궁금한 게 많아서 무슨 선반이나 창고를 얹어두기도 한다. 곤충한테 짝짓기 장소를 흔쾌히 제공하던 잎사귀를 보면서 성실을 떠올리고 그 미덕을 헤아리던 날, 하늘과 잎이 직방으로 소통하는 봄비와 맞닥뜨렸다. 공중에서 긴 발들이 내려와 잎사귀를 북 치듯 깨우고 돌아다닐 때, 문득 숲에서 올빼미처럼 거저 눈이나 껌뻑거리던 나는 이런 짧은 글로나마 그 흥분을 겨우 달래보는 것이었으니.
가끔 나는 상상한다// 남산의 나무와 서울시민을 일대일 대응시키면 어느 집합이 더 클까/ 인왕산 잎사귀들의 표면적을 몽땅 더한 것과/ 서울특별시 총면적은 어느 게 더 넓을까// 잎사귀 한 장은 프랙털 구조/ 그 길이를 곧게 펴면, 서울 성곽 둘레보다 길까/ -아, 그게 무슨 허튼소리야, 저기 달까지도 연결하고, 우주를 울타리 하고도 남을걸// 그럼, 이런 건 어떨까/ 북한산에서 가장 큰 잎사귀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해 보는 것/ -마라톤 우승자에겐 부상으로 진달래 능선의 길쭉한 돌멩이 하나 머리에 씌워주는 건 어때?
합정역, 보름달, 이방인
숲속의 피아노, 임윤찬의 피아노
입은 작은데 왜 이리 말이 많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국방 관료를 지낸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과 관련해 아시아와 유럽의 미국 동맹국들이 자체 방위력 증강에 더욱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최근 경향신문과의 화상인터뷰에서 한국은 국방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좋은 모델’이라면서도 미국에겐 북한보다 중국이 더 큰 위험이므로 (한국에) 대북 방어를 위해 핵심 군사 자산을 확장 제공할 여력이 없다며 한국이 재래식 방어 등에서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외교안보 싱크탱크 ‘마라톤 이니셔티브‘ 대표로 있는 그는 공화당의 대외노선·전략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공화당에서 국제분쟁에 대한 개입 자제를 중시하는 세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며 공화당은 점점 더 동맹을 일종의 파트너십처럼 다룰 것으로 전망했다. 북핵 위협과 관련해선 한·미 정상의 워싱턴선언 등 조 바이든 정부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가 불충분하다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한·미·일 협력에 대해선 3자 간 우선순위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가 되는 것을 경계한다고도 했다.
다만 그는 인터뷰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트럼프 캠프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북한의 도발과 호전적 언사로 인한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과 한반도 중 분쟁 위험이 더 큰 곳은 어디인가.
대만과 한반도 분쟁은 연결되어 있다.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무력으로 대만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경우 미국이 대만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해 미국의 힘을 약화시키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유럽, 중동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역량을 분산·고갈시키기 위해 북한에 한반도에서 문제를 일으키도록 독려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은 꾸준히 한반도 현상 변경을 원해왔지만, 전반적인 조건이 뒷받침하지 않았다.
이제는 중·러가 미국을 실존적 위협으로 보면서 북·중의 이익이 보다 일치하게 됐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거리(약 100마일)는 중국과 한국 사이 거리와 비슷하다. 중국군의 역량이 한국을 겨냥할 수도 있다.
-북·러 군사협력 진전으로 동북아 지역 안보 환경이 바뀌고 있다.
북·러는 물론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까지 아우르는 공조가 늘고 있다. ‘악의 축’이라는 규정은 잘못된 것이지만, 미국의 패권과 이를 유지하는 동맹 체제에 반대하는 나라들 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정렬되는 것은 분명한 현상이다.
유럽 지역에서 러시아의 고립은 한반도에도 매우 해로운 영향을 끼쳤다. 북한이 러시아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5~6년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동참한 러시아는 더는 없다. 러시아의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지원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유엔 차원의 대응은 의미가 없다. 미국의 동맹국 주변에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의 동맹들은 중국과 직접 대치하지 않는 한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은 일본, 대만보다는 잘하고 있지만, 북한의 공격에 대한 재래식 방어 부담을 실질적으로 져야 한다.
중국의 위협이 북한보다 더 위험하고 강력하다. 미국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핵심 군사 자산을 확장 제공할 여력이 없다.
-트럼프 재집권 시 북·미 협상 재개 전망은.
트럼프 2기 전망에 대해선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나는 북한과의 외교를 지지하지만, 실제 외교가 작동할지 모르겠고 북한이 반칙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강요하거나 이를 위해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북한이 핵보유국이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 도시들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이 점점 약화될 수 있다. 워싱턴 선언은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았다. 차기 미국 정부는 누가 되든 한반도 상황을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현실적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놔야 한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타격 능력을 제한해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지구 반 바퀴 너머에서 벌어진 일에 미국인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보다 진전된 미사일방어(MD) 체계를 통해 대응했다. 그러나 북한 미사일 역량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이는 회의적이다. 또한 미국은 중국과의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경우, 전쟁 승리를 위해 중국에 몇몇 도시를 내주기로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과) 다르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 간 확장억제를 둘러싼 근본적인 비대칭이 존재한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는 한국을 안심시키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도 ‘얼마가 걸리든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가 ‘할 수 있는 만큼’이라고 말을 바꿨다. 미국이 좋은 동맹이 되고자 한다면 한국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모든 옵션을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도 옵션에 포함되나.
우리는 함께 진지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관련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지 않겠다고’고 한 트럼프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유럽은 걱정하는 대신 실제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한국은 우리가 원하는 모델이다. 한국의 국방비 지출이 유럽 대비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의 군대와 방위 산업을 갖췄다.
모든 나라는 성인이다. 미국이 전부 다 해주던 시절의 잔치는 끝났다. 각자 할 일을 해야 한다.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가 늘고 있다는데, 유럽 자체 방위산업도 키워야 한다. 대만과 일본도 우크라이나,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대한 레토릭을 중단하고 한국과 같이 진지하게 방위 역량을 구축하는 데 나서야 한다. 대만은 한국보다 훨씬 더 큰 위험(중국 침공 가능성)을 직면하고 있는데도 대비하지 않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 군비경쟁이 가속화할 우려는.
경쟁은 이미 존재한다. 다만 우리가 참여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경주하지 않고 있는 사이 중국은 평시 역대 최고 수준의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중국은 그냥 경주(race)가 아니라 전력 질주(sprint) 중이다.
-한국에선 트럼프 재집권 시 1기 때와 같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 주한미군 철수 거론 등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있다.
트럼프 캠프나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 한국으로서는 자국 안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미국에 요구할 때는 좀 더 현실적인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뭘 더 해달라기보다 ‘한국이 자체 국방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이 부분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미국 내 특정 정치 분파에만 관심을 갖지 말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아시아는 모든 미국인에게 중요하고, 공화당은 중국을 민주당보다 더 큰 위협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해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 공화당 내에선 국제분쟁 개입 자제를 중시하는 세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한국은 매우 심각한(acute) 위협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미국 정치 내 어떤 분파도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
-미 정치권도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초당적으로 공감한다고 하는데.
동맹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바이든 정부가 생각하는 동맹은 보여주기(optics) 성격이 강하고, 규칙 기반 질서, 민주주의 연합 등을 내세운다. 그런데 미국 유권자들 가운데 이런 역할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발을 빼고 싶어하는 흐름이 증가하고 있다.
공화당으로선 바이든의 레토릭처럼 동맹을 신성하게 여기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 정치에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외국인 동맹도 마찬가지다. 공화당은 점점 더 동맹을 일종의 파트너십처럼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상황은 모르지만 미국의 비즈니스 관계에선 서로 어울리고 많은 시간을 보내되 결국 각자가 맡은 일을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업 관계를 재고한다. 동맹을 처음 설계한 이들도 그렇게 인식했다. 한미동맹도 이승만과 미국 정부의 관계, 또 1960~1980년대에도 항상 좋지만은 않았다. 미국의 유럽이나 전후 일본과의 동맹도 마찬가지였다. 애정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소련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였다.
동맹 관계는 그와 같은 모델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은 강한 군대와 국방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위치에 있다.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격상된 한미일 협력체제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미일 협력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자체로 좋은 것도 아니다. 한국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 중국의 잠재적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물에는 실제적인 군사 대비 태세 강화 언급은 거의 없다. 3자 협력이 우리의 힘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서가 아닌 목적 자체가 되는 것을 경계하는데, 우려스럽게도 그렇게 가고 있다. 예컨대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은 준비돼 있어야 하지만, 한국에 같은 기대를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 더 집중하고, 미·일은 대만에 더 집중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도 합리적일 수 있다.
또 한국 내에서 일본과의 관계 강화를 얼마나 지지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한국인들이 대일 관계에서 불공정한 부분이 있다고 느낀다면 미국이 어느 한쪽 편에 서는 것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려고 정치·외교적 자본을 쓰기보다 주한미군의 유연성을 보장하는 데 집중하고, 한국도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도록 하는 편이 낫다.
또한 중국이 쿼드, 오커스, 한미일 협력 등을 포위 혹은 봉쇄 강화라고 주장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중국의 인식이 그렇다면 중국이 충돌을 일으킬 유인이 높아진다.
-2018년 미 국방전략(NDS)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 억제를 우선 과제로 강조했다. 미국은 준비가 돼 있다고 보나.
아니다. 바이든 정부의 2022년 NDS는 공식적으로는 우리가 만든 것과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로 바이든 정부는 아시아가 아니라 유럽, 중동에 집중하고 있다. 친이란 세력 후티 반군에 대응한다면서 1년치 비축량에 해당하는 SM-6 미사일을 발사했다. 말로는 아시아가 중요하다면서 돈은 우크라이나에 쏟아붓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뮌헨안보회의에서 말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국방비 지출은 어디 있는가. 만약 중국이 미국의 준비태세 부족을 시험할 경우 아시아가 후과를 감당하게 될 것이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현재 진행형이다. 바이든 정부가 아시아로 초점을 맞추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크라이나에는 정당한 명분이 있지만,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 당신이 관절염과 심장병을 동시에 앓고 있는데 치료비는 한정적이라면 사망 위험이 큰 심장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지만 미국은 독일을 더 강력한 적으로 간주하고 ‘유럽 퍼스트’ 입장을 취했다. 우크라이나를 버리자는 게 아니다. 유럽은 큰 경제 블록이고, 의지가 있으면 얼마든지 (우크라이나 지원을) 해낼 수 있다. 트럼프의 나토 발언 이후 독일 등에서 국방비 지출 확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럼에도 당신의 책 제목(The Strategy of Denial)처럼 미국이 중국의 지역 패권 형성을 저지, 거부해야 하나.
중국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한다. 중국은 역사적인 군사력 증강에 이어 경제제재를 이겨낼 수 있는 체제도 만들고 있다. 자국이 포위당하고 있다는 중국의 논리대로라면 자기방어 차원에서 상대를 찌르거나 총격을 가할 수도 있다.
미국의 다른 대중 강경론자들과 달리 나는 중국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정권을 바꾸거나 망신을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 목표는 세력균형이다. 미·중이 세계의 두 강대국으로 존재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무역도 하되, 중국은 미국이나 한국 등 동맹국에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중국에 무력 사용은 너무 값비싸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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